[08.01.13] 어딘가 얹힌듯한 학교에 집어삼켜지다


#1

오랫만의 휴일을 맞아,
지난 5년(..인가 6년인가)간
가지않았던
피해다녔던
갈 생각도 안 했던

모교에 다녀왔습니다.

의정부에 부대찌개번개에나 다녀올까?
하고 생각하다가 너무 멀어서,
그리고 부대찌개는 동네가 더 맛있어서 'ㅂ'

그냥 패스해버리고[..]

명동에서 아는 누님만나기로 약속하고,
시간도 때울 겸, 충정로쪽으로
발길을 옮겼습니다.

뭐 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
이견이 있을 수가 없지요.

96년 찬 바람이 불던 2월,
처음으로 학교에 찾아갈 무렵에만 해도
충정로는 꽤 음침한 느낌의
동네였습니다.

굳이 철조망이 둘러진
학교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말이죠.

지금도 그 느낌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지만,
상전벽해(桑田碧海)라는 말처럼,
어느새 변해버린 학교는
쉴 새없이 셔터를 누르기에 충분했습니다.

그렇지만,
들어가는 순간부터
저 철조망이 사라지지 않은 벽을 바라보며,
나는 아직 이 곳으로부터
완전한 졸업을 하지 못 했다는 것을
깨닫고 있었습니다.

#2

무엇을 지키기 위해서일까,
지금도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,
이 철조망을 보는 순간
떠오른 생각은
우스꽝스럽게도 이 철조망 아래에서,
혹은 학교를 둘러싼 담벽 아래에서
피우곤 했던 친구들과의
담배 한 개피,
그리고 웃음 1mg.

불행하게도,
지금은 그 맛을
전혀 느끼질 못 하겠습니다.

무엇때문일까요.


#3 

한지붕 세가족,
혹은 동상이몽.

아무런 접점도 가지지 못 한
내 모교의 두 형제학교.

여전히 이 곳엔 1mg의
관심조차 없지만,
모교로 가기 위해
꼭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곳.

그러고 보니 이런 거 언제 생긴거지?

오랫만의 학교는 두리번두리번.
저번에 왔을 땐 이런 거 없었는데.

그게 아마 4년전이던가...

..그나저나
여자애들이랑,
혹은 친구들이랑 야식먹으러 갔던
그 곳은 아직도 있을까.

지금도 종종 해 먹는 카레라면에
한 여름 더위를 선풍기 대신
날려줬던 소다 한 잔.

그것이 추억 한 스푼.

그러나 그 추억은 이미 회색빛.

체벌과 구타,
그리고 핑크빛이 되진 못 했던
남자들만의 세계,

자율학습시간에
감독의 눈을 피해 읽던 무협지 한 권,
화장실에서의 담배 한 개피,
그리고 몰래 까먹는 도시락만이
유일한 3년간의 낙이었던
그 곳은 졸업하고는 지우려 애썼지만,
유감스럽게도 다 지우진 못 했던 모양이야.

회색빛의 벽,
그리고 누렇게 떠버린 갈색의
버드나무마저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
이 공간에서,

난 도대체 무얼 찾고 있었을까.


변해버린 것에 적응 못 하는
늙은이가 되어버린걸까?









하늘을 올려다보며,
하늘만은 재건축이 되지 않는다는
사실에 안도해버린 하루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
By SS DSLR GX1L + Rikenon 50.7mm + SMC PENTAX FA 28-80 AL

 

 

 





by D_knight | 2008/01/14 00:30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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